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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심심풀이로 조금 섰었던 건데, 한 번 올려봅니다.

두 우주 거대 기업간의 기술전쟁과 음모. 그 사이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스토리라인을 너무 크고 복잡하게 잡아놔서 끝내지도 못하고 초반까지 섰던 기억이 나네요.^^

부족하지만 잘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클립스 커넥션==

 

<<제 1 막>>

 

-주 동력 복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비상등만이 들어와있는 어둑한 우주 화물선 조종실. 창 밖의 검은 우주에 떠있는 별들에서 묻어나는 고독감을 가르며 여성톤의 낮고 부드러운 기계음이 울렸다. 의자에 몸을 깊숙히 파묻은 남자가 눈을 감고 느즈막히 입을 열었다.

 

“재시도”

 

-거부되었습니다-

 

“엔진 재가동...”

 

-거부되었습니다-

 

“통신체계 복구”

 

-서브프레임 손상으로 복구불능입니다-

 

“젠장... 통신까지 먹다니..”

 

“...가용 동력은?”

 

-완충 상태의 예비 배터리 3기와 32%방전된 비상배터리 1기입니다-

 

“후.. 그나마 역분사는 가능하겠구만...”

 

-1급 위험상황임을 알립니다. 조속한 코멘트 입력 바랍니다.-

 

“젠장! 시끄러워!! 이게 다 네 어처구니없는 에러때문이잖아! 생각좀 해보자구...”

 

벨트럼은 난감했다. 겨우 한 달만에 얻은 꽤 월척인 운송 일거리인데 '(주)인헨스社'의 운송터미널대신 편법으로 목적지인 화성과 제일 대기시간이 짧았던 '(주)이클립스社'의 운송터미널을 탔다가 특정 구간에서 메인프레임이 '(주)인헨스社'와의 터미널로 착각해 에러를 내고 만 것이다.

 

“젠장.. 화성까지 거진 다왔는데.. 살아남는다 해도 ’터미널 교통법‘ 위반 한 건 추가인가... 킥.. 당분간 또 면허 정지구만..“

 

지구와 화성 사이. 끝없는 우주 한 가운데에 외로이 떠있는 벨트럼의 화물선이 유난히 작게 느꼈졌다.

 

지구-화성간 터미널.

 

화성 거주환경개선이 이루어진 후 전체 인구의 3분의 1정도인 30억 가까운 엄청난 사람이 이주하면서, 화성은 또 하나의 독립행성 형태를 띄기 시작했다. 그러나 화성의 풍부한 광물자원 교류와 사람의 왕래에 있어서, 발달된 우주선박 기술에도 불구하고 왕복 2년이라는 시간은 경제적으로 큰 난관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지구-화성간 프로젝트로 화성과 지구 사이의 공전궤도에 맞춰진 ‘가변형 증가속 터미널’ 건설이 진행되었고, 이 터미널 개발에 초 거대 우주기업인 두 기업을 주축으로 거대한 자금력과 기술력이 쏟아부어졌다. 이로써 약 60년만에 ‘(주)인헨스社’운영 터미널과 ‘(주)이클립스社’운영 터미널로 두 개의 지구-화성간 터미널이 완성되었다.

 

우주선박들은 이 터미널 내부의 ‘구간별 증가속 장치’를 도움받아 지구와 화성과의 왕복시간을 일주일이라는 시간으로 획기적으로 단축될 수 있었다. 이 시기에 가장 성행하게 된 직업군은 단연 지구-화성간 ‘화물운송업’이었는데, 이들은 터미널 톨게이트에서 요금을 지불하고 화성과 지구의 손을 이어주는 중대한 역할를 수행하게 되었다.

 

화물운송수인 벨트럼 역시 운송 터미널을 이용한다. 하지만 에이젼시에 속해있는 운송수들과는 달리 벨트럼 같은 개인운송수들은 본래 운송장 보고시 협의한 터미널 대신 두 터미널 중 하루라도 대기시간이 적게 걸리는 터미널을 편법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이 편법을 쓸 때는 특정구간에서 인공지능인 ‘메인프레임’을 속이고 수동조종을 원칙으로 하는데, 이번에 그 특정구간이 보정되었는지 ‘메인프레임’과 터미널 관리시스템의 충돌이 난 것이다. 하지만 터미널에서 이렇게나 멀리 튕겨져 나가는 일은 거의 발생하기 힘들다.

 

터미널에서 이탈되어 튕겨질 때 터미널 벽 사이 고립을 피하기 위해 엔진의 최대출력이 이루어졌고, 제어 코드가 손상되면서 과열된 엔진이 파열 직전에 비상 자체분쇄에 들어간 것이다. 비록 우주화물선의 폭발은 막을 수 있었지만, 엔진에서 발생되는 주 동력은 희생시킬 수 밖에 없었다. 터져 죽는 것보다는 우주 미아가 선택되어진 것이다.

 

게다가 제어코드 손상과 함께 데이터베이스 등의 서브프레임까지 다운되어 버렸다. 물론 중요 시스템은 백업이 되어있기 때문에 복구가 가능하지만 서브프레임이 워낙 구형인데다가 40%이상 기능을 잃었기 때문에 복구에는 시간이 제법 걸린다.

 

“이거 난감한 걸...”

 

-서브프레임 복구는 1시간 42분 53초가 소요됩니다.-

-활성화가 거부된 주 동력은 물리적 파손으로 인해 영구적 기능불능입니다-

 

“터미널에서 튕겨질때 제어코드만 살았어도 동력은 멀쩡할텐데... 젠장! 두 번이나 점검한 제어코드가 에러라니 이상한 걸?“

 

벨트럼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아무튼, 메인! 이 구간에 무인 대피소라도 있나 조사해봐! 일단 살고보자구..”

 

-궤도기록의 손실로 현위치 파악이 불가능합니다.-

 

벨트럼은 코로 길게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벨트럼은 위기감보다 당장 닥쳐진 이 최악의 상태에 대한 짜증이 더 가슴에 와닿았다.

 

-‘삑’ 레이더에 대형 화물선이 포착되었습니다-

 

“응?? 터미널 밖에 대형 화물선이 왜??”

 

-계산적으로 역추진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휴우.. 역시 죽으란 법은 없구만.. ”

 

-서브프레임 db 엑세스가 우선 복구되었습니다-

-자체 db로 화물선 파악을 실시합니다-

 

“그래.. 뭔지부터 알아보자구.. 그래야 접근을 하던가 들어가서 이 녀석을 고치던가 하지..”

 

벨트럼 앞의 홀로그램창에 대형 화물선의 모양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화물선의 형태는 이클립스社 제조의 ‘솔라 프론티어’로 추정-

-식별코드는 통신체계 손상으로 파악이 불가능합니다-

 

“결국 저 유령선에 들어가봐야 한다는 얘기인가?”

 

-역추진으로 접근시 도달시간은 2시간 15분 26초입니다.-

 

“하아.. 후진은 내 성격이 아닌데.. 별 수 없지.”

 

벨트럼은 의자 깊숙이 파묻었던 몸을 고쳐 앉으며 오른쪽 레버를 밑으로 당겼다. 곧 화물선의 앞부분 양 끝의 두 역분사구 중 오른쪽에서만 역분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화물선은 천천히 유선형을 그리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앞 유리창에 대형 화물선과의 직진코스가 점선으로 나타나고 벨트럼의 화물선은 밑변이 움푹 파인 푸른 삼각형으로 표시되었다.

 

삼각형의 꼭지점이 대형 화물선과 정반대에 다다를 때 쯤 벨트럼은 오른쪽 레버를 중립에 놓으며 왼쪽 레버를 살짝 밑으로 쳤다. 곧 왼편에서 역분사가 잠깐 이루어지고 벨트럼의 화물선은 정확히 대형 화물선과 직선의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쳇! 죽지 않으면 살겠지.. 자! 메인!! 젠장, 가보자구!!”

 

벨트럼은 왼쪽과 오른쪽 레버를 동시에 밑으로 최대한 끌어당겼다. 곧 역추진 게이지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벨트럼의 화물선은 정체 불명의 대형 화물선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같은 시점-

=(주)이클립스 화성지사 물류 반출입 포트=

 

"미치겠군!! 아직 연락은 없나!? 정기 보고시간이 두 시간이나 지났잖아!!“

 

(주)이클립스社의 물류부장은 5천평 규모의 우주선박 선착장이 훤희 보이는 물류부장실에서 초조하게 화물선의 정기보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 무슨일이 생길지 모르는 우주 화물선은 3시간 주기로 화물의 배송처에 정기보고를 하도록 되어있다. 50대 후반의 물류부장은 극도에 불안함을 이기기 힘든지 백금 도금이 된 펜으로 화물 운송 예정표를 연신 두드렸다.

 

"부장님! 지구측 게이트에 알아본 결과 벨트럼이란 운송수는 저희 회사의 터미널에 진입한 기록이 없답니다!"

 

한 여성직원이 뛰어들어오며 숨도 가누기 전에 외쳤다. 곧 물류부장의 날카로운 인상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갔다. 가지런히 빚어넘긴 머리가 올올이 흐트러져 내려와 몰골을 더욱 초췌하게 만들었다.

 

"뭐... 뭐야!!? 그 벨트럼이란 작자는 그 화물이 뭔지도 모르잖아!! 근데 그걸 들고 날랐단 말이야!? 도대체 벨트럼이란 작자가 속해있는 화물 에이젼시가 어느 회사야!!!"

 

물류부장의 말에 갈색머리를 가지런히 묶어올린 야무지게 보이는 여성직원은 미리 준비해 온 서류를 훑어봤다. 찌뿌린 미간 사이로 아름다운 갈색 눈동자가 바삐 움직였다.

 

"벨트럼이란 사람은 개인 화물 운송수라서 소속된 에이젼시는 없었습니다. 단, 경력중 100% 배송율과 가장 빠른 속도의 운송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사람이라서 일을 맡긴건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칼리엠, 그래서 자네가 에이젼시도 없는자와 최종 계약을 했나?"

 

물류부장은 날카로운 눈초리로 여성직원을 노려봤다. 목소리가 낮게 깔리는 것이 심상치가 않았다.

 

"저.. 최..최종계약을 한 건 저지만... 운송율이 100%의 높은 실적이 있기에... 그리고 부장님께서는 출장중이셔서 결재는.."

 

칼리엠은 어떻게든 둘러대 보려고 했지만 물류부장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어떻게!!! 어떻게 우리 회사가 자그마치 10년동안 어마어마한 자금을 투입해 준비한 이런 비밀 프로젝트가 이런 웃기지도 않은 일로 난항을 겪는가! 지금까지 어떤 어려움도 전부 이겨왔건만 그 결정체가 없어지다니!! 그 빌어먹을 운송수가 에이젼시조차 전 보험금을 다 턴다해도 택도없을 가치의 결정체를 어떻게 보상할 수 있는가!!"

 

칼리엠은 이미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이번 화물이 중요하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그정도의 가치인 줄은 몰랐던 것이다.

 

물류부장은 잠시 숨을 가다듬고 다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손바닥으로 가지런히 넘겼다.

 

"그래, 칼리엠... 올해 몇 년차지?"

 

"저.. 이번달로 4년차입니다."

 

"그래... 한참 회사에 입사하기 힘들때 입사했군... 상당한 엘리트라는 얘긴데.. 아무리 그래도 경력에 우리 이클립스같은 대기업에서 중대한 실수로 해직된 경력이 생기면 평생 재취직은 꿈도 못꾸겠지?"

 

"그.. 그런!!.."

 

칼리엠은 거의 울상이었다. 한없이 여리고 약하기만 한 칼리엠은 식은땀에 몇 번이나 눈앞이 캄캄해졌다.

 

"자네는 아주 열심히 일하더군... 휴가도 전부 반납하고 한 번도 쓴 적이 없다지 아마?"

 

"무.. 무슨...."

 

"이 특급 보안의 비밀 프로젝트는 아주 위험하고 중요한거지. 화물은 없어졌지만 외부에 알릴수가 없는 사항이네. 회사에서조차 최고임원급이나 자네같은 최소 관계자 외로는 입밖에도 못꺼내는 일이야."

 

“저기.. 그렇게 중요한 화물이라면 직속 화물 운송팀을 썼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칼리엠은 울먹이며 최소한의 항변을 했다. 두려움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말이 나왔으니 얘기해주지.. 그 화물은 우주규모의 영향력을 행사할 10년 가까이의 특급 보안 프로젝트다. 당연히 그 화물이 뭔지는 몰라도 흥미를 느낀 정보통 녀석들이 꼬일 것이고, 그 결정체가 지구측에서 우리 지사로 날아오는 이 시점이 가장 큰 위험이다. 비밀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눈에 띄게되는 경호도 붙일 수 없었지.”

 

갑자기 물류부장은 말 중간에 자기 자책의 기분을 느끼고 얼굴을 찡그렸다.

 

“그래서 내가 제안한 것이 미끼를 던져주고, 진짜는 가장 평범하게 반입을 하는 것이었지. 실제 우리는 하루에 수 백 건 이상의 화물을 받으니까. 한마디로 모래속에 진주를 섞어 운송하는 계획이었지... 하지만 틀어졌어... 젠장. 내가 제안한 계획이 틀어졌다구...”

 

부장은 다시한번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가지런히 했다.

 

"그래서 자네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를 주겠네..."

 

칼리엠은 속으로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불안감은 배가 되고 있었다.

 

"어떤..."

 

물류부장은 칼리엠을 매섭게 쏘아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주... 그래 일주일을 주겠네. 휴가로 위장해서 어떻게 해서든 벨트럼이란 작자를 찾아. 찾아서 내게 연락을 하게. 교섭은 내가 할테니까... 그 작자는 화물의 가치도 모를테지만... 알겠나? 최대한 조용히 처리해야해... 이건 대외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너무 위험하니까.."

 

"어떻게 일주일만에!"

 

칼리엠은 애처롭게 소리쳤다. 그러나 물류부장은 그 날카로운 얼굴에 인상까지 써가며 소리쳤다.

 

"일주일도 많은줄 알아!! 일주일이 지나면 그 화물의 내용물은 인헨스社와의 교섭에서 돌아오는 그 악명높은 사장과 고위 임원진들에게 공개된다. 그 전에 이 화물이 외부인에게 노출되거나 찾아오지 못했을 경우 자네는 단지 쫓겨날 뿐이겠지만 난 목숨마져 위태로울 수 있어..."

 

칼리엠은 더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최고로 주의해야 할 화물이라고는 했지만 이정도로까지 중요한 화물인지는 몰랐다.

 

"알겠나? 자네나 나나 일주일 후면 사는가 죽는가야. 물론 일주일 후 사장이 이 사실을 알게된다면 고용될 청부업자들에 의해서 그 벨트럼이란 작자도 우주의 미이라가 되겠지..."

 

물류부장은 우려깊은 목소리로 말을 계속 이었다.

 

"그리고... 이 화물이 없어진 것은 자네와 나만이 알고 있어야 하네.. 이런 일은 조금이라도 말이 새면 다 끝나니까.. 알겠나? 자네는 자네 개인의 화물을 찾는 거로 위장해서 찾도록 해. 아무튼 누가 눈치채기 전에 당장 나가서 빨리 찾아와!!"

 

"아..알겠습니다!"

 

칼리엠은 이미 물러설 곳은 없었다. 물류부장실을 나오면서 칼리엠의 얼굴은 이미 굳어있었다. 그녀는 심하게 떨리고 있는 다리를 추스리며 재빨리 주차장에 있는 자기차로 뛰어갔다.

 

"어떻해야 하지? 어디부터 가야하지? 그래! 우선 화성터미널 물류 선착장부터 가보는거야! 화물 운송수들이 많으니까 거기에서 무엇인가 단서를 얻을 수 있을거야!"

 

그러나 그녀는 발이 쉽게 떨어지질 않았다. 물류 선착장은 거칠고 무례하기로 소문난 물류 운송수들이 셀 수없이 깔려있는 곳으로 여자 혼자 가기에는 상당히 거치기가 힘들기로 유명하다. 게다가 실종된 베일에 쌓인 화물을 찾는 것 만큼 그들의 구미를 당기는 것도 드물 것은 자명하다.

 

칼리엠은 실종된 화물에 군침흘리며 구름같이 몰려든 건달같은 운송수들의 위협 사이에 서있는 자신을 상상했다.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지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히잉... 그래도 어쩔수가 없잖아!! 부딪혀 봐야지..."

 

그녀는 울먹거리는 자신에게 채찍질을 하며 힘차게 시동을 걸었다. 곧 그녀의 차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물류 선착장이 있는 우주 상업지구행 엘리베이터로 내달렸다.

<<제 2 막>>

 

-화물선과의 거리 2,000m. 코멘트 입력 바랍니다-

 

역추진으로 운항되던 벨트럼의 화물선 뒤쪽으로 40층짜리 건물을 눕혀놓은 듯한 거대한 위용의 대형 화물선이 나타났다. 조종간 앞 유리에 후방 카메라로 들어온 화물선의 모습은 정말이지 깔끔했다.

 

“이상하군. 이해가 안되네... 습격을 받은 것도 아닌데 왜 대형 화물선이 여기에 유령선처럼 떠 있는거지?”

 

-코멘트 입력 바랍니다-

 

“우선 점등신호부터 보내자구. 메세지는. ‘본 개인화물선 식별코드 'ike 2246'. 항해불능. 귀 선함에 인양 요청’”

 

벨트럼의 화물선의 지붕에서 붉은색의 발광판이 일정 규칙으로 점등되기 시작되었다.

화물선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대형 화물선은 여전히 반응이 없다.

 

“젠장.. 정말 유령선인가? 방법이 없으니 일단 들어가봐야 겠군...”

 

벨트럼은 다시금 역추진의 게이지를 올렸다. 그때 메인의 경고음과 함께 메시지가 울렸다.

 

-삑. 외함 출입 포트가 폐쇄되어 있습니다. 선 내로 진입할 수 없습니다-

 

“윽.. 혹시나 했는데... 다시 송신. 귀함에 구조요청. 본 화물선 수용바람.”

 

여전히 답신은 없다. 대신 메인의 경고음이 다시금 울렸다.

 

-삑. 예비 배터리 3기 모두 소진. 비상 배터리로 전환합니다. 방전 상태로 23분 이후 모든 배터리 아웃됩니다-

 

-예비 배터리까지 아웃이 되면 생명유지시스템 지속이 불가능함을 경고합니다-

 

“젠장! 젠장!! xxx!!! 도대체 어쩌라구!!!!”

 

벨트럼의 화물선이 대형 화물선에 가까워짐에 따라 벨트럼의 다급함도 거세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우주를 누비면서 숱한 고비를 넘긴 그이지만, 이번처럼 악재가 연속되자 죽음의 공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삑. ‘솔라 프론트어’와의 거리 500m. 조속한 코멘트 입력 바랍니다-

 

식은땀을 흘리며 생각에 잠겨있던 벨트럼은 무슨 결단이 선 듯 미간을 찌뿌리며 이를 악물고 입을 열었다.

 

“대함 소형 미사일 2기 준비!”

 

-미사일의 사용은 보안국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목표는 ‘솔라 프론티어’의 외함 출입 포트!!”

 

-미사일의 사용은 보안국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상관없어! 나중에 징계를 받더라도 일단 지금 살고봐야지! 방어형 소형 미사일이니까 입구를 막고있는 문만 박살날거야. 미사일 2기 방출!”

 

-보안법에 의거 현 코멘트 녹취-

-대함 소형 미사일 2기 방출-

 

벨트럼의 화물선 하단부가 열리면서 소형 미사일 두 기가 떨어져 나왔다.

 

-타격지점 외함 출입포트로 향합니다-

 

곧 미사일이 점화되면서 외함 출입 포트의 문으로 힘차게 날아갔다.

 

-삑. ‘솔라 프론트어’와의 거리 200m. 비상 배터리 방전율이 높아 34분 14초 후 모든 시스템 다운-

 

몇 초 후 외함 출입 포트에서 불길이 잠시 일었다가 꺼졌다. 미사일이 명중한 것이다. 곧 연기가 걷히자 지름 5m정도의 거친 구멍이 생겼다.

 

-화물선에 비해 직경 84cm 작습니다. 통과할 수 없습니다-

-충돌 경고로 역추진을 중지합니다-

-솔라 프론티어와의 거리 42m.-

 

이리저리 복잡하게 붉은색 경고메세지만이 가득한 조종간의 앞 유리에 십자선이 그려진 화면이 나타나고, 이어 미사일로 만들어진 구멍의 외곽선이 진하게 그어졌다. 그 후 벨트럼의 화물선 그림이 그 진한 외곽선에 들어가다 걸려서 깜빡이고 있다.

 

“젠장!! 그냥 밀고 들어가! 1m정도면 들어갈 수 있어!!”

 

-확률 50.01% 미만의 사항은 실행할 수 없습니다-

 

"환장하겠네!! 그래서 너네 a.i.들이 인간에게 안되는거야!! 모두 수동전환!"

 

-모든 시스템을 수동으로 전환합니다-

 

곧 시스템이 수동으로 전환되자 마자 기체의 모든 게이지가 심하게 요동쳤다. 벨트럼은 역추진 레버를 최대한 힘껐 끌어당겼다. 자동제어 시스템 역시 수동 전환이 되었기에 출력이 제어되지 않는 최대로 강력한 역추진이 시작되었다.

 

-역추진 부스트의 과열입니다. 상태 지속시 1분 후 파열이 예상됩니다.-

-급격한 예비 배터리 소모 증가! 20분 42초 후 아웃됩니다-

 

벨트럼의 조종실은 온갖 경고음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역추진 과부하로 인해 조종실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벨트럼의 화물선은 엄청난 속도로 *듯이 뚫려진 구멍으로 내달렸다.

 

-경고!! 역추진 출력 240% 오버 !! 충돌 거리 10m !!-

 

-탑승자의 안전을 위해 선실내 비상 에어벡을 가동시킵니다-

 

"우아아아아!!! 우주신이시여!! 죽기아니면 살기다!!"

 

곧 사방에서 분홍 색 풍선들이 부풀어 올랐다. 벨트럼의 몸은 거의 완벽하게 고정됐다.

 

-신이 함께하시길. 충돌-

 

벨트럼의 화물선이 엄청난 속도로 정확하게 구멍으로 꼳혀 들어가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끼이이잌!!!!!!

 

중간 정도 들어갈 때 쯤 엄청난 굉음과 함께 벨트럼의 화물선 윗부분이 구멍에 걸려 찌그러들며 떨어져 나갔다. 그 후 좌측이 파손되고, 우측이 충돌하면서 조종실 안의 전기장치들이 불꽃을 뿜기 시작했다. 화물선은 이리저리 찢겨나가며 요동쳤다. 엄청난 파괴소리와 경고음들이 벨트럼의 귀를 찢었다.

 

“으아아아아!! 그래!!! 뚫어버려!!”

 

이윽고 벨트럼의 화물선은 온통 찢겨지고 충돌하면서 구멍안으로 완벽하게 들어갔다.

 

-경고!! 역추진 부스터 파열 10초전!!-

-모든 센서에서 1급 시스템 경보!!-

 

“메인!! 역추진 중지!! 자동 전환!!! 알아서 해!!”

 

곧 벨트럼의 화물선은 역추진에 의한 관성이 없어질때까지 출입 포트의 벽들을 들이박으며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굉장한 마찰음과 함께 조종실 내에서 요동치던 벨트럼은 위, 아래가 구분되기 힘들 정도로 뒤척여졌다. 구토가 올라올 것만 같았다. 잠시 후 바닥에 곧두박질 친 벨트럼의 화물선은 모든 움직임을 멈췄다.

 

방금 들어온 구멍 밖으로 펼쳐진 우주가 보였다. 엄청난 손상을 입었지만, 드디어 솔라 프론티어의 내부로 들어온 것이다.

 

-착륙하였... 차.. 착륙하여.. 니다.. 시스템.. 삐-- 시스템... 삐삑-- -

 

메인프레임은 충격으로 인해 심각한 손상을 입은 듯 정상적인 언어를 구사하지를 못했다.

 

"끄..윽... 젠장.. 닥쳐..."

 

-인식 불능. 다,다,다,다..시 말씅..하여.. 삑! -

 

"별게 다 말썽이군..."

 

빽빽한 분홍색 에어백들 속에서 벨트럼은 간신히 오른손을 밖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입력되었.. 삑! 스니.. 삑!! 다. 재,재,재,재,재,...부,부,부,부-

 

벨트럼은 주먹으로 계기판을 힘껏 내려쳤다.

 

-입력되었습니다. 재부팅으로 초기화 후 자체 시스템 복구에 들어갑니다. 시스템 복구중에는 모든 기기를 수동으로 작동하여야 합니다.-

 

"아차!! 실수했군... 이 에어백은 수동으로 뺄 수가 없잖아... 젠장.."

 

벨트럼은 에어백속에 갇힌 채 잠시 눈을 감았다. 나지막한 기계음들이 주위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어쨌든 일단 벨트럼은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약 10분 정도가 지난 후 메인컴퓨터가 응답하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운영 시스템과 다수의 응용시스템이 복구되었습니다. 지금부터 기체의 피해상황을 체크합니다-

 

"우..우선 이 에어백부터 어떻게 해봐... 급하다구.."

 

-에어백계통은 생명 유지계열, 주 동력계열보다 우선순위가 낮습니다.-

 

"제..젠장.. 그딴소리 집어치우라구... 지금 나한텐 더 급해.. 한 시간을 참았다구..."

 

-학습시켜 주신 체면 적색경보상황입니까? 에어백 시스템을 우선 복구, 제거합니다.-

 

"끄응.. 빠.. 빨리해.."

 

"... 젠장.. 조.. 조금 쌌나?"

 

 

 

 

=화성 우주 상업지역행 엘리베이터=

 

 

 

칼리엠은 차를 타고 터미널이 있는 우주 상업지구행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우주 상업지구는 지구와 같이 화성표면에서 우주로 뻗은 엘리베이터 끝에 건설되어있다. 곧 엘리베이터가 출발한다는 방송 후 거대한 엘리베이터는 빠르게 치솟기 시작했다. 붉은 화성의 외곽라인이 참 아름답게 보였지만 칼리엠이 그런 것을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곧 대기를 돌파한 엘리베이터는 거대한 상업지구 내부에서 멈췄다.

 

차를 주차시키고 상업지구 안내데크에 오자 그녀는 물류 선착장에 대한 정보를 뽑기 시작했다.

 

"하... 여기서 지구측 물류터미널까진 한 3일은 걸릴텐데... 어떻게 하지?"

 

칼리엠은 난감했다. 벨트럼이 출발한 지구측 터미널까지 가서 조사하기엔 시간이 너무 역부족이다. 왕복만 일 주정도 걸리니 오다가다 일은 끝날 지경이다. 이런 난감해 하는 칼리엠에게 어느새 안내데크의 한 직원이 다가왔다.

 

"아가씨, 무슨 문제라도 있나?"

 

칼리엠은 잠시 안내데크의 직원을 바라봤다. 나이가 한 50은 넘은 것 같은 사람인데 정비를 맡고 있는 듯 작업복이 지저분했지만 얼굴에 여러 경험이 묻어있는 듯 했다. 칼리엠은 이사람이면 화물 운송수에 대해서 뭐 좀 알까하는 생각에 잠겼다.

 

"저기... 혹시 물류터미널 부근에서 화물 운송수들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 어딘지 아세요?"

 

느닷없이 나온 생각이지만 아무래도 화성과 지구를 자주 오가는 운송수들이 많은 곳에 무언가 단서가 있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그들을 이용해야만 했다.

 

"아가씨, 화물 운송수들을 만나려구?"

 

직원은 칼리엠을 위 아래로 두 어번 훑어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아가씨, 이유는 뭔지 모르겠지만 아가씨같은 여자는 '거기'갔다간 난리가 날텐데... 거의 금녀의 구역이라... 아니, 여자들이 안가는 건가? 아니지, 아니지... 못가는 건가? 하긴 '거기'에 아가씨같은 미인이 들어간다면... 아이구야.. 이런.."

 

직원은 여러 상황을 상상하듯 손으로 턱을 받히면서까지 중얼이기 시작했다.

 

"아, 저..저기요.. 그 '거기'라는 곳이 어디죠? 전 정말 다급하거든요..."

 

직원은 그제서야 말을 멈추고 칼리엠을 잠시 응시했다. 그리곤 우려깊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화물 운송수들이 전체 우주선원 직업군을 통틀어서 가장 과격하다는 건 아가씨도 알꺼야. 그 녀석들이 이 터미널에 오면 꼭 모이는 술집이 있지... 화물 운송수에 대한 정보라면 모르는 것이 없을꺼야. 하지만 알아두게.. 녀석들은 과격하고 무례하기 이를데가 없으니까..."

 

"이미 각오는 많이 하고 왔어요. 제 인생이 걸린 문제라구요..."

 

칼리엠의 굳은 결의에 직원은 할 수 없다는 듯이 말문을 열었다.

 

"그곳은 화물 운송수들의 요람이고도 불리는 '마즈 에로스'라는 이름의 술집이야... 여기 우주 상업지구의 가장 외지면서도 가장 눈에띄는 곳인 제 5 상업구역에 있지. 근데 이거 가르쳐줘도 괜찮은지..."

 

말꼬리를 흐리는 것이 내심 불안한 듯 했다.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이 난 듯 직원은 칼리엠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 혹시 그 술집에 가서 주인인 바텐더한테 내가 잘 좀 봐달라고 했다구 얘기하면 좀 도와줄거야... 예전에 내가 그 술집을 재건할 때 많이 도와줬거든? 좀 괴짜이긴 하지만 혹시 위험하면 바텐더한테 붙으라구"

 

"아, 감사합니다. 근데 저..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바텐더분께 말을 하려면..."

 

"아하하... 그냥 정비쟁이라구만 해요, 아가씨. 그러면 알아들을테니까... 나도 오랜만에 아가씨같은 미녀하구 대화를 나눠서 얼마나 기뿐줄 모르겠어. 더 도와주고 싶지만 내가 일이 좀 바빠서..."

 

직원은 칼리엠의 휴대컴에 ‘마즈 에로스’의 위치를 입력시켜줬다. 칼리엠은 직원에게 몇번이나 감사의 말을 하고 다시 차에 올랐다. 제 5상업구역은 이 우주 상업지구의 가장 외진곳에 있다. 그러면서도 가장 눈에 띈다는 말은 외벽의 반대편이 바로 우주라는 것이다. 보통 극우파의 테러나 우주선 충돌사고시에 가장 피해가 큰 곳이라 보통 입주를 잘 안하는 곳인데 화물 운송수들의 요람이라는 '마즈 에로스'는 이미지에 걸맞게 바로 그곳에 둥지를 틀고 있었다.

 

제 5상업지구로 갈수록 그렇듯 인적은 눈에띄게 줄어들어갔다. 인적이 드문만큼 분위기가 매우 칙칙하고 어둡다. 차창 너머로 100m정도 앞에 '마즈 에로스'라는 구시대적인 붉은색의 촌스러운 네온사인 간판이 반짝이고 있다.

 

차를 멀찍이 주차시키고 칼리엠은 떨리는 다리를 추스린 후 마즈 에로스로 걸어갔다. 벽마다 온갖 욕과 불경스런 그림들로 낙서가 되어있는 것이 무슨 지옥으로 걸어들어가는 느낌이다.

 

곧 마즈 에로스의 커다란 문 바로 앞에 다다랗다. 문 안쪽에서 온통 욕설과 고함소리와 깨지는 소리, 정체모를 굉음이 끊이지가 않는다. 이 문이 지옥문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에 충분했다. 칼리엠은 떨리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나지막히 중얼였다.

 

'내 미래와 인생이 달려있어. 칼리엠! 설마 죽기야 하겠어?! 그래 죽지만 않으면 방법은 있을꺼야. 죽지만 않으면!! 자! 칼리엠!! 정신차리고 부딪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느닷없이 마즈 에로스의 큰 문이 쏜살처럼 열렸다. 문 턱 하나 사이로 소스라치게 놀란 칼리엠과 마주친 사람은 덩치가 칼리엠보다 두 배는 더 크게 느껴졌다. 게다가 이리저리 잔 상처가 많은 험악한 인상은 보는사람으로 하여금 충분히 얼어붙게 할 만 했다.

 

그 덩치는 칼리엠을 말없이 눈을 치켜내리며 노려봤다. 칼리엠은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희둥그래진 눈으로 마냥 올려면 볼 뿐이었다. 마주친 눈도 차마 피하지 못하고 입만 뻥긋 거릴뿐 숨도 제대로 못 쉬는 듯 했다.

 

곧 덩치는 매우 불쾌한 듯 표정이 험악하게 이그러지기 시작했다. 결국 덩치는 먼저 손을 올리며 육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가.씨, 나.가.게 비.켜.~"

 

"꺄아아아아아악!!!!!!!~~~"

 

너무나도 긴장했던 칼리엠은 저도 모르게 있는 힘껏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덩치큰 사내는 자기가 더 놀란 듯 얼굴에 황당함이 만연했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 시작됐다. 칼리엠 소스라치게 날카로운 비명소리--즉, 여자의 비명소리--에 그 넓은 술집을 꽉 채운 화물 운송수들이 일제히 칼리엠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 시끄럽던 술집에 한동안 숨막힐듯한 침묵이 흘렀다. 술을 마시던 사람은 입 주위로 술이 그대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시간이 마치 얼어붙어 버린 듯 했다.

 

잠시 후 칼리엠은 울먹이며 중얼였다.

 

 

"흑! 이제... 난... 죽은거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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